말더듬치료법 17

말더듬을 치료한다는 말을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
말더듬은 정상적인 것이 아니라 병적인 것이라는 것이며
그 병적인 것을 낫게 한다는 말일 것이다.
이 비정상적인 말더듬을 정상적인 것으로 돌려놓는 것은
‘치료’보다는 ‘교정’이라는 말이 더 어울릴지도 모르겠다.
어떻든 말더듬은 반드시 개선되어 져야 한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마음속에서 부글부글 끓고 있는 이 모순을 끝장내야 한다.
노력하면 할수록 미궁으로 빠져드는 이 모순을 극복해야 한다.
노력을 안 하면 안 되는 것인가.
노력을 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
말을 잘하려고 노력하는데 말이 더 안 되는 것은 도대체 무슨 조화란 말인가.
말을 잘하려고 노력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내 마음속에 있는 말이 잘 안 될것 같은 느낌을 없애려는 노력은 아닌가.
말이 잘나오면 기분이 좋아지는데
이것은 다음에도 말이 잘 나올것 같다는 우리의 마음에 기인하는 것은 아닌가.
우리는 말이 잘 나왔을 때고 괴로울 때가 있는데
이것은 다음에는 말이 잘 안 나올수 있다는 우리의 마음에 기인하는 것은 아닌가.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말더듬 여부와 우리가 느끼는 괴로움은 동일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말더듬이 우리 괴로움의 원인에 큰 부분을 차지한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일 것이지만 동일하지 않은 것도 사실입니다.
우리는 말이 막히면 ‘다음에 또 막힐 것이고 그러면 나는 또 수치심과
자괴감에 빠져버려 공황상태가 될 것이다‘ 라는 확신과 직감에
바로 그 즉시 괴로움에 빠져버리고 마는 것입니다.
이러한 상태가 반복적으로 누적적으로 작용하여
우리의 마음을 황폐하게 만든 것입니다.
결국 말을 하여야 할 상황에 처하게 되고 그 하여야 할 말이
내가 할수 없는 말이라고 판단이 되면 그 상황에서 도피하여야 하고
도피할 수 없는 상황이 되면 공포를 느끼며 공황상태가 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상태에서 말이 잘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우리가 느끼는 이러한 공포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말을 더듬을 수 있는 상황에서 도피하려는 데서 온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말을 더듬고 그 상황에서는 반드시 더듬을 것이고
그렇게 될때 주위에서 나를 바라보는 눈길이 너무나도 두려운 것입니다.
그래서 나는 그 상황을 반드시 회피하여야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사실 주위사람들은 우리의 말더듬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능력도 객관적으로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우리 말더듬는 사람들도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 말더듬는 사람이 우리를 생각하는 것처럼 다른 사람들도
우리를 생각한다면 우리는 사회생활을 할수 없을 것입니다.
더욱이 우리가 우리를 그렇게 생각하는 자체에 커다란
문제가 있는 것입니다.
주위 사람들은 우리를 객관적으로 보고 있는 데 우리는 우리 스스로
그렇지 못한 것이 문제입니다.
여하튼 우리는 말을 고치려고 노력합니다.
그 노력의 원인은 수치심입니다.
애당초 수치심이 있었고 어느 우연한 날 말이 잘 안나왔을 때
수치심을 느꼈고 그뿐이었습니다.
그 이후 말을 잘하려고 노력하였고
그것은 수치심 때문이었습니다.
말을 잘하려는 마음이 들면 마음의 다른 한편에선
말이 잘 안될 수도 있다는 반작용이 생겼습니다.
그러한 반작용은 마음속의 수치심을 자극하였고
그 수치심으로 말을 잘하려는 노력을 더욱 더 하여왔던 것입니다.
그 노력의 본질은 수치심을 없애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나는 말을 잘할 수 있다, 라는
암시를 주어 왔던 것입니다.
그 암시가 어느 정도 효력이 있을 때는 수치심을 느끼지 않을 수도
있겠구나 하는 마음에 기분이 좋아지고
그렇지 않을 때는 수치심을 감당할 수 없어 공항상태에 빠져버리는 것입니다.
즉 우리 노력의 본질은 말을 잘하기 위한 노력이 아니라
수치심을 없애려는 노력이었습니다.
그 노력이 진정 말을 잘하려는 노력이었다면 우리는 모두 아나운서보다
말을 잘하는 사람 되었을 것입니다.
그 노력이 병적인 노력이었기에 지금까지 노력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병적이 아닌 진정한 의지의 노력이었다면 여기까지 올수 없었을 것입니다.
우리가 진정 이 노력만 끝낼 수 있다면 말더듬 개선에 커다란 진보가 있는 것입니다.
어렸을 적에 느꼈던 수치심이 말더듬에 전이되어
우리를 평생의 감옥에 넣은 것입니다.
사실 이 수치심이란 것은 어느 정도 어른이 되면 잘 느끼지 못하는 것입니다.
수치심이란 삶에 대한 의욕이 충만하여 주위의 친구나 친척과 나를 비교하고
경쟁할 시점에서 나의 결점을 그들에게 반 강제적으로 보여야 할때 느끼는 것입니다.
어느 정도 나이가 들고 자리가 잡히면 수치심이 많이 사라지는 것입니다.
이러한 수치심을 부여잡고 나이가 들어서까지 수치심을 없애려는 노력을
병적으로 하는 것은 매우 부질없는 짓입니다.
어렸을 적 어떠한 원인으로 수치심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그 후에 말을 잘 못하게 되었고 그 순간 전에 느꼈던 수치심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말을 잘못하는 것과 수치심은 동일한 것이라고
우리의 뇌속에 각인되었습니다. 그래서 말을 잘하려고 노력하였습니다.
그런데 말을 잘하려는 마음이 절실하다보니 말이 잘 안되면
어떻게 하나 하는 의심이 들기 시작하였습니다.
그 의심이 점점 확신으로 굳어져 버렸습니다.
그 확신은 그 상황에서 도피하려는 마음을 만들었고
그 도피의 마음은 공포를 만들고 우리를 공황상태에 빠뜨렸습니다.
어렸을 적 작은 사건하나가
우리를 평생의 감옥에 빠뜨렸다고 생각하시면
얼마나 억울하십니까.

오늘도 건투를 빕니다.

신세호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