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무엇 때문에 괴로워 하는 것일까. 말더듬이 우리에게 있어서 무엇일까. 우리는 왜 말을 더듬을까.
왜 우리는 말을 더듬으면 괴로워하는 걸까. 말더듬은 영원히 고칠 수 없는 것일까. 말을 더듬지만 괴롭지 않을 수도 있을까. 한치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이 답답한 상황은 무엇에 연유하는 것일까. 다람쥐가 쳇바퀴 돌듯 하는 우리의 괴로움은 어디에서 연유하는가. 구두위로 발등을 긁는 듯한 우리의 노력은 무엇 때문인가. 알 수 없는 이유로 왜곡되어온 우리의 삶을 어디서 보상받아야 하나. 노력하면 할수록 수렁에 빠져 드는 듯한 이 느낌은 악의 구렁텅이에서 빠져 나오려고 하면 할수록 더욱더 악의 구렁텅이로 빠져 버리는 악몽에 다름 아니다. 말더듬이 어디에서 왔는지 정확하게 아는 사람은 없을 듯하다. 우리의 내부로부터 왔는지, 외부로부터 왔는지 그걸 어느 누가 장담할 수 있으랴. 무수히 많은 원인과 타이밍이 우리를 이리로 이끌어 왔을 것이라고 그저 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 원인을 알아야 처방이 있을 텐데 원인을 정확하게 모르니 제대로 된 처방이 영 나오지 않는 것 같다. 그저 우연의 일치로 상태가 호전된 이의 경험담을 금과옥조로 여기거나 말더듬을 경험하지 못한 학도들의 설익은 이론을 맹종하는 우리의 동료를 쉽게 볼 수 있는 것이다. 이는 말 더듬는 이들의 다급함을 이용하여 자신의 이득을 꾀하는 것 일수도 있고, 줏대없이 자신을 신뢰하지 못하고 스스로를 포기한 우리의 동료들이 의지할 언덕을 찾은 결과 이기도 하다. 나는 전자를 탓할 생각은 없다. 수요가 있으면 공급이 있게 마련이라는 수요법칙을 생각한다면 이것은 말 더듬는 우리들이 창조한 수요일수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나는 줏대없이 스스로를 포기한 우리의 동료를 탓하고 싶은 것이다. 신기루를 찾아 자신을 돌아보지 않고 끊임없이 돌아 오지 못할 여행을 떠나는 우리의 동료를 탓하고 싶은 것이다. 자신을 잃고 어둠을 헤매고 있는 우리의 동료를 탓하고 싶은 것이다. 이세상 어디에도 없는 만능열쇠를 찾으려 부질없는 노력에 노력을 거듭하는 우리의 동료를 탓하고 싶은 것이다. 경험담은 한 개인의 경험담이고 심리학적 이론은 하나의 이론에 불과한 것이다. 누구에게도 적용되는 줄기세포가 아니다. 한 사람의 경험담을 찾고 읽는 자체가 스스로에 대한 신뢰를 더욱더 약화시키는 것이다. 읽고 또 읽는 일이 반복될수록 자신에 대한 신뢰는 그 만큼 멀어져 간다. 옳은 말인지 모르겠지만 우리가 집에서 책을 읽고 연습을 하고 아나운서를 부러워 하는 것도 자신에 대한 신뢰를 약화시키는 것 같다. 이러한 모습은 우리자신의 특성을 부정하고 우리자신 자체를 부정하는 것일 수 있다. 지구상에 수십억 명의 사람들이 있지만 이들은 모두 개성과 특성이 있으면 단 한 사람도 같은 사람은 없다. 우리가 노력하는 대부분의 것은 다른 사람과 같아지려고 하는 것이거나 적어도 비슷해 지려는 것이다. 우리 스스로를 이해하지 못하거나 이해하려 하지 않는다. 우리 스스로를 인정하거나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인정한다고 스스로 생각해도 그것은 머리로 그렇게 사고하는 것이고 가슴으로는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우리는 끊임없이 자신을 부정해 왔다. 말을 더듬는 것도 부정하고 말을 잘하는 것도 부정한다. 말을 더듬으면 지금은 말을 더듬지만 언젠가는 더듬지 않을 것이다 라고 생각한다. 말을 잘하면 지금은 말을 잘하지만 어느 상황에선 말이 더듬어 질 것이다 라고 생각한다. 말을 더듬는 것도 인정하지 못하고 안 더듬는 것도 인정하지 못한다. 결국 우리는 우리의 모든 것을 인정하지 못한다. 스스로에 대한 판단을 인정하지 못하고 스스로의 현상태를 이해하지 못한다. 우리가 이러한 비정상적인 상태가 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은 듯하다. 우리의 희망과 욕망이 이끄는 대로 흘러 온 순간 이러한 상태가 되어버렸다. 우리의 탓도 아니고 외부의 탓도 아니다. 우리의 자연스런 사고의 결과물인 것이다. 어느 누구라고 이러한 원인과 타임밍이 있었다면 우리와 같은 마음의 상태가 되었을 것이다. 어쩌면 다른 사람들은 말더듬으로 표출되지 않았을 뿐 다른 심리적인 장애를 갖고 있을 것이다. 우리 말 더듬는 사람들은 성취욕이 강한 반면 언어기능에 약간의 문제점이 있어 이를 개선하고자 하는 노력이 도에 지나쳐 노력과 결과물이 톱니바퀴가 겉돌듯이 어긋난 것으로 판단된다. 이것이 더욱이 심화되어 정신적인 장애요인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정신적인 장애라고 말하면 무슨 정신병자 같은 얘기냐고 반문할지 모르지만 우리는 분명하게 정신적인 장애가 있는 것이 분명하다. 정신적인 장애란 현실을 인정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톱니바퀴가 잘 돌아 가기위해선 우리의 성취욕과 현실이 조화를 이루어야 하는 것이다. 현실인식이 따라 주지 않는 성취욕이란 무의미하며 자기 파탄적이다. 우리는 우리의 현실을 인정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문제이다. 말을 더듬는 것도 인정하고 말을 안 더듬는 것도 인정해야 한다. 우리는 항상 말을 더듬는 것도 아니고 또 항상 말을 잘하는 것도 아니다. 이것은 우리에게만 해당되는 말이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해당되는 말이다. 이처럼 분명한 명제가 없지만 우리들이 이것을 인정하는 데는 넘어야 할 산이 많은 듯하다. 이 명제를 이해 하기는 쉬워도 우리의 가슴으로 인정하기는 어려운 것이다. 그것은 우리의 마음속에 쌓아 놓은 괴로움 때문이다. 아무리 말이 잘 나와도 한마디만 말이 잘 안되면 천길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괴로움을 맛보는 것이다. 이 괴로움의 정체는 현실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현실을 인정하면 "나는 원래 말을 잘 못하는 그런 놈인데 이렇게 한두 마디 더듬는 것은 당연한 거야" 라고 생각될 것이고 이렇게 괴로움이 물밀듯 몰려오지는 않을 것이다. 현실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나는 말을 더듬으면 안돼, 나는 말을 잘할 수 있어, 나의 말 더듬는 모습을 다른 사람에게 보여서는 안돼, 나는 말더듬을 극복할 수 있는데 왜 또 나는 말을 더듬을까"하면서 괴로워하는 것이다. 그러면 우리가 현실을 진정으로 인정하면 말이 잘 될까. 현실을 진정으로 인정한다고 해서 유창성이 바로 회복된다고는 장담할 수 없을 것이다. 현실을 인정한다는 것은 말더듬을 인정한다는 것이고, 나의 심리상태가 어떠할 때 말을 더듬는 다는 것을 알아차려야 할 것이고, 나의 심리상태와 말더듬과는 관련성이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고, 나의 말하는 모습을 시간을 두고 관찰하여 나의 언어기능에 대하여 확고한 인식이 되어야 비로소 유창성이 회복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우리의 말을 인정하는 방법은 "내가 한 말은 나의 귀도 듣는 것"이다. 우리의 귀속에는 우리의 행동을 제어하는 마음의 눈이 있다는 말을 들었다. 어디에서 보았는지 분명하게 생각나지 않지만 나의 경험으로는 이 말은 사실인 듯 싶다. 우리가 말을 했을 당시의 상황과 나의 심리상태를 떠올리고 나의 발음을 생각하며 내가 한 말을 나의 귀로 듣는 상상을 하면 나의 말을 인정하게 되고 그와 같은 상황에서는 그와 같은 말을 말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이것은 결국 내가 한말을 내가 인정한 것이며 그와 같은 상황과 심리상태에서는 그렇게 말을 할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다. 이것은 자연스럽게 나의 잘못된 점을 나타나게 하고 자연스럽게 그것을 교정하게 한다.

건투를 빕니다.

2006.1.31 신세호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