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많은 사람들이 말더듬에 대한 원인과 치료를 위해 많은 논증을 펼쳤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저희들에게 남겨 준 것이 무엇입니까? ###

님이 누구신지는 모르겠지만, 님의 글을 읽고서 드는 생각은, 만약 말더듬을 겪고 계시다면(이미 해결되셨을 수도 있겠지요) 매우 경미한 편인 것 같습니다.

말더듬을 심하게 겪는 분들이 도움을 받아서, 소위 완치는 아니라 하더라도, 사회생활을 지장 없이 해나가는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런 분들에게 도움을 준 이론들은 어느 정도의 세월을 두고 논증을 거쳐서 살아남은 이론들이 아닐까요?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그런 이론이나 견해가(비록 어떤 사람들이 우습게 생각하는 것이라고 하더라도),

탄생하기까지에는 꽤 많은 눈물이 있었다는 건 적어도 말더듬을 겪어본 사람이라면 모른다고 할 수는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논증"이란 말을 쓴 이유는 혼자서 일방적으로 설명하는 말이 아니라, 일단 자기의 견해에 동의하지 않는 독자를 두고, "나는 이러이러하게 생각한다"라고 하려면, 상당한 정도의 근거를 제시해야만 하기 때문입니다.

만약 그렇지 않는다면, 그건 일방적으로 내 생각에 동의하라고 강요하는 상황과 다르지 않겠지요.

자신의 견해에 동의하지 않을 수 있는 자유를 상대방에게 주면서, 그렇지만 이런 저런 사정 때문에 내 견해가 좀 더 설득력이 있는 것이 아니냐 하게 되면, 그건 사람들이 논증이라고 부르는 거죠.

님이 논증이 무엇인지 몰라서 하셨던 말은 물론 아니겠지만요.


논증이란 말이 강하게 느껴진다면 설명이라고 하면 어떨까요?

만약 설명이란 말도 필요하지 않다면, 말더듬에 관해서는 무슨 말도 하지 말아야만 한다는 뜻이 되겠죠.

님이 그런 뜻으로 쓰신 글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만.......


그리고, 저는 한가지 의아하게 생각하는 게 있습니다.

얼마 전에 제가 말더듬 세상에서, 크리라 스피치클럽의 장철진 원장님과 토론을 벌인 적이 있습니다.

저는 토론 정도로 생각했는데 지켜보는 사람들은 싸우는 걸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더군요.

나중에 장철진 원장님도 토론했었다는 취지로 여기 게시판에 올리신 글을 봤습니다.


성인말더듬에 대해서 당신 생각이 옳은가 내 생각이 옳은가를 따져보는 게 그렇게 부정적으로 봐야할 건가요?

사람이 살아간다는 자체가 뭔가를 주고 받고, 토론하고, 설득하고, 설득당하고 하는 과정이 아닐까요?

그렇지 않은 분야는 거의 없지 않나 합니다.

심지어 예술 분야에도 그런 게 있는 것 같습니다.

같은 모짜르트의 곡을 놓고서도 지휘자에 따라서, 연주자에 따라서 달리 해석되지 않습니까?

그리고 그렇게 생각이 다르고, 같은 걸 봤을 때 다른 느낌을 받고 하는 식으로, 다르다는 것이 어쩌면 좋은 것일 수도 있겠지요.

예를 들어, 성인말더듬의 본질과 해결에 대해서 한가지가 아닌 여러 가지 견해가 있고, 각자 취향에 따라서 자기한테 다가오는 방법을 선택할 수 있다면 이 얼마나 좋은 것입니까?

그리고 어디가 어떻게 서로 다른지, 어디가 같은지를 토론해보는 것은 그렇게 선택을 하는데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지금까지 성인말더듬에 관해서 깊이 있는 토론이 벌어진 적은 그다지 없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 "없는" 것을 어떻게 논증한다는 말이죠 ? 사람들은 "없는" 것을 "있는" 것으로 착각해 "있지도 않은" 수많은 말더듬의 원인을 만들어 냈지요." ###

"없음을 안다"와 "없다고 생각한다"는 다른 것이죠.

만약 님이 말더듬으로부터 자유로와져서, 그게 님에게 방해가 되지 않고 있다면 님은 "말더듬은 없다"는 걸 알고 있다고 볼 수 있고, 그렇지 않다면 알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없다는 걸 없다는 걸로 알게끔 알려주기 위해서는 논증이 필요합니다.


*** "말더듬은 없다"는 말은 사람에 따라서 다른 의미로 쓰이기 때문에, 노파심에서 한 마디 부연해본다면, 제가 말하는 말더듬은 없다는 말은, "자기 스스로 원했다"는 말과 같은 취지입니다.


물론 님 말씀대로, 논증해서 알려준다기 보다는 "스스로 알 수 있게끔 상황을 만들어주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 취지에서는 논증이란 게 한계가 있다는 님 얘기도 옳지요.

논증이란 건 그 자체가 완결적인 것이라기 보다는 이런 상황조성의 일부분이라고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