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제가 주장했던 자세하고 세세한 견해들은 이 홈페이지와 여여관 홈페이지에 많이 있기 때문에 올리지 않았습니다.

납득이 안 가는 게 어쩌면 너무나 당연하지요.

"말더듬은 스스로 선택한 것이다"는 명제는 매우 넓은 폭과 여러 단계의 깊이를 가진 말입니다. 그렇게 쉽게 이해될 성질의 것이 아니죠. 그게 그렇게 쉽다면 세상에 말더듬 가지고 고민하는 사람이 있을 수가 없을 겁니다.

말을 얼마든지 잘 할 수 있고, 잘해도 되는데, 스스로 말더듬 그 자체를 선택했다는 말은 아닙니다.

좀 더 정확히 표현해보겠습니다.

말을 과감하고 시원시원하게 잘 해버리면, 상대방이 나를 비난할 것 같은 마음이 들어서, 자신을 억제한 결과, 예기불안이 일어나거나, 말이 막히거나, 더듬어지거나 한다는 뜻입니다.

이렇게만 말하면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있을 것 같아서 비슷한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잘 모르는 낯선 곳에 혼자 있다고 합시다.
거기서 다소 불량해보이는 사람들이 몇몇 있다고 합시다.
그 때, 워낙 싸움에 자신 있는 사람이 아니면 가급적 움츠리죠.
누가 그렇게 움츠러들라고 하지 않았는데도 말이죠.
왜 그럴까요?
어깨 펴고, 허리 펴고 당당한 자세로, 거만한 표정으로 있으면 어떻게 되길래, 자신을 억제하면서 그렇게 있을까요?

이런 경우와 비슷한 취지입니다.


일반인들도 말을 잘하는 사람, 큰 목소리로 말하는 사람, 기어들어가는 듯한 목소리로 말하는 사람, 청산유수처럼 좔좔 말하는 사람, 다소 끊기듯이 말하는 사람이 있죠.

이런 경우에도 사실은 누구나 말을 어느 정도는 잘 할 수 있지만, 기가 죽을수록, 자신감이 없을수록, 마음이 불안할수록, 말도 어눌해지고, 목소리가 작아지고 합니다.

그렇게 말하지 않고 당당하게 말해도 되는데, 그렇게 말하는 거지요.

이 경우와도 비슷한 취지입니다.


"말더듬을 선택하는 사람이 과연 있겠는가?" 라는 의문을 제기한다면, 위의 경우에는, "누가 뭐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자기 스스로 자세를 움츠리는 바보가 있겠는가?"라는 말과 같은 뜻이 됩니다.

이런 의미를 함축해서, "말더듬은 스스로 선택한 것이다"라고 하는 것이죠.

여기서 말을 잘한다의 의미가 또한 매우 다양한 깊이와 폭이 있습니다.

당당하다, 당당하게 말한다는 등의 취지입니다.

이걸 알려면, 자기 스스로 말을 잘 할 수 있어야만 합니다.
즉, 당당하게 말하는 느낌이 어떤 것인지 알아야만 알 수 있습니다.

결국, 말을 잘하는 걸 거부함을 스스로 선택했다는 말이 되죠.


사람이 예기불안이 오거나 말이 막히거나 더듬어질 때, 유심히 살펴보십시오.

당당한 자세와, 밝은 표정과, 곧은 시선을 유지하는데도, 단지 말만 불안한지........

만약 그렇다면, 그 때는 제 견해가 틀렸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스스로 선택했다는 건 말더듬과 관련한 여러 단계에서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말더듬은 잘 아시다시피 여러 단계에 걸쳐 있습니다.

예기 - 예기불안 - 말막힘, 말더듬, 부정확한 발음, 기어드는 듯한 목소리, 움츠린 자세 - 막히거나 더듬은 후 자책감이나 열등감


"스스로 선택했다"는 여러 겹의 의미가 있는데, 알기 쉽게 하기 위해서 한 가지만 보겠습니다.

깊이 들어가면 매우 장황하게 써야만 하기 때문에 간략한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실전에서 말이 막히거나 더듬어졌다고 합시다. 꽤 심하게 막히거나 더듬어졌다고 합시다.

이 때도, 일이 끝난 후에, 자책감이나 열등감을 느끼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자책감이나 열등감은, 자기가 도달해야할 목표를 스스로 설정한 후에, 그 목표를 도달하지 못한 자신을 볼 때, 비로소 드는 감정 아니겠습니까?

그 목표란, 정상적으로 말해야 한다, 남에게 정상으로 보여야 한다, 남앞에서 말을 더듬거나 막혀서는 안 된다.......

결국 남에게 잘보여야겠다는 마음이 있어야만 자책감, 열등감이 들겠죠.

남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이 조금도 없는 사람이라면, 막히거나 더듬은 후에도, 떳떳하고 당당하겠죠.

결국, 말이 막히거나 더듬은 후에, 자책하는 경우는, 남에게 잘 보이고 싶다는 마음 때문에 겪는 감정이 아닐까요?

그렇다면, 그런 감정은 스스로 선택한 것이다는 말이 됩니다.

남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을 수가 있기 때문이고, 그 경우에는 자책감이나 열등감이니 할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말을 더듬든 말든, 막히든 안 막히든, 남들이 뭐라고 하든 말든, 나 잘난 맛에, 세상 재미 있게, 배짱으로 잘 살아가면 되겠죠. 실제로 그런 사람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남에게 잘 보일 필요가 없다면, 먹고사는 걱정 외에는 별 걱정, 근심도 없을 것입니다.


"말더듬을 스스로 선택한 것이다"의 의미 중, 한 가지 예를 들어봤습니다.

이 부분은 막히거나 더듬은 후에 생기는 경우를 예로 들어봤고, 처음에 그러면 왜 막히거나 더듬는가 하는 것은, 설명할 수는 있지만, 글로 설명하기에는 어려움이 있고, 설명할 수 있다 하더라도, 여러 가지 예를 들면서 글이 매우 길어져야만 하기 때문에, 생략하겠습니다.


읽는 즉시 당장 이해가 되지 않을 수도 있고, 여전히 궤변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어쨌든 좋습니다.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될 수도 있겠지요.


언어치료실을 여는 문제, 세금문제 등을 언급하셨는데, 나도 알아볼 만큼 알아봐서 하고 있으니, 그 부분에 대해서는 별 문제가 없습니다.


그리고, 전공자, 전문가를 내가 다 무시했다고 하시는데, 무시했다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단지, 이론적인 견해에 대해서 내 주장을 펼쳤을 뿐입니다.

아직까지 말더듬의 본질, 원인, 해결책 등에 대해서는 마땅하게 나온 게 없습니다.

무수한 가정, 주장, 이론, 실험결과 등은 나왔지만 대부분은 몇 가지 반증으로 쉽게 꺾이는 정도의 수준으로 보입니다.

제가 보기에는 아무리 많은 시간이 지나도, 누구나 수긍할 정도로 탄탄한 말더듬의 원인을 찾아내는 건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깊이 들어가보면 사실은 말더듬이라고 할 만한 실체가 없기 때문이며, 자기 스스로의 선택에 의한 것을 겪고 있을 뿐이기 때문이죠.


님이 전공자, 전문가라고 하는 분들도, 원인에 대해서는 딱부러진 답을 주지 못하고 있죠.

여기에 대해서, 나는 일관되게 말더듬의 본질, 원인, 해결책을 말해왔습니다.

여여관에서는 말이 문제가 되는 것이, 말을 더듬는 걸 두려워한다기 보다는, 말을 과감하고 시원시원하게 잘 하는 걸 두려워한다고 보기 때문에, 현대 언어치료학과는 입장이 다른데, 그게 님이 보시기에는 그들을 무시한다는 생각이 들었을 겁니다.


치료방법이란 것은 필연적으로 원인과 맞물려 있죠.

천천히 말하라는 처방을 내는 사람은, 말더듬은 빨리 말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은연중에 하고 있다는 말이 되며, 쉽게 더듬어라고 하는 사람은, 더듬지 않으려고 저항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말이 됩니다.

이 말을 왜 하는가 하면, 언어치료학에서 말더듬의 원인이 뚜렷하게 밝혀지지 않았다고 말하는 것 같은데, 사실은 알게 모르게, 아니면 잠정적으로 말더듬의 원인에 대해서 이런 저런 게 원인이다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말이 된다는 뜻입니다.


님이 생각하는 전공자, 전문가란 분들이, 자기가 직접 말더듬을 겪고, 해결했으며, 몇 달 안에 말에 대한 고민을 딱딱 해결해주고 있는데, 이경훈이란 사람은 그런 능력이 없다면, 자격, 자격증에 대한 님의 견해도 좋은 견해일 것입니다.

만약 그렇다면, 그 때는 나도 대학이나 대학원에 가서, 한 2년 열심히 배워서 자격증을 따야겠지요.

님이 말더듬을 해결하신 분이라면, 그 경험을 많은 이들과 나누셨으면 좋겠고, 아직 겪고 있다면, 부디 적성에 맞는 방법을 찾으셔서 해결하시길 빕니다.


한말협은 제가 창립한 단체가 아닙니다.

제가 이전에 회장을 한 번 한 적이 있을 뿐, 직접적으로 무슨 연관이 있거나, 제가 어떤 영향력을 행사한다든가 하는 단체는 아닙니다.

한말협은 보건복지부에 등록이 되어 있고, 말더듬에 관한 아직까지는 그래도 가장 왕성한 활동을 하는 전국적인 규모의 자조단체입니다. 여기 나가보면 책에 나오지 않는 우리나라 언어치료 현실을 접할 수도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