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훈님의 주장 "말더듬은 스스로 선택한 것이다"에 대해서 여러 반론이 분분한 것 같아 한 말씀 올립니다. 반론의 요지는 말더듬이
얼마나 괴로운 것인데 그것을 본인 스스로 택했다는 말이냐, 말도 안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인간은 스스로 쾌락과 행복을 선택하는 것만큼이나 자주 고통과 고뇌를 택하기도 하는 동물입니다.

프로이드가 말한 히스테리아(Hysteria)를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최근들어 정신의학에서는 히스테리의 정확한 정의가 모호하다 해서 잘 사용하지 않는 용어이긴 하지만 아직도 대중적인 용어입니다. 히스테리의 정확한 설명은 심리적인 고통이 육체적인 발병으로 나타나는 것을 말합니다. 주로 두통, 전신마비, 호흡곤란, 위궤양 등등의 증세로 나타나는데 이들의 고통은 결코 꾀병은 아니지만 신체적인 발병의 원인이 전혀 없습니다. 그들은 심리적인 고통을 호소하기 위해 육체적인 고통을 스스로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고통을 선택하는 것이지요.

또, 심리학에서는 self-handicapping strategy 라는 것도 있습니다. 번역하기가 좀 어려운 이 용어는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해 핸드캡을 만들어 내는 것을 말합니다. 학생들을 실험실로 불러 지능검사를 하겠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두뇌회전에 좋은 약과 나쁜 약이 있는데 무엇을 먹고 시험을 치겠느냐고 물어봅니다. 논리적인 대답은 두뇌회전에 좋은 약을 먹는 것이겠죠. 당연한 거 아닙니까? 그러나 사람들은 그 약보다는 두뇌회전에 나쁜 약을 먹길 원합니다. 왜냐면 머리 좋아지는 약까지 먹었는데 시험 결과가 나쁠 경우 그것은 자신의 지능에 대해 너무나 심학한 회의를 가져오게 하기 때문이죠. 이런 자기방어전략을 우리는 수시로 목겨하게 됩니다. 공부안한 학생이 시험 전날 진탕 술을 먹고 "나 어제 술먹었어, 그래서 시험을 망쳤어" 라고 말하죠. 왜 술을 먹나요? 논리적으로 말이 안되죠. 그것은 자신이 시험을 망친 것에 대해 미리 방어하는 것입니다.

또 다른 경우를 볼까요? 다중성격의 경우 본인은 자기 내부의 다양한 인격으로 인해 고통받습니다. 그러나 그 인격들은 모두 자신이 무엇인가를 방어하기 위해 만들어 낸 것이지요. 이런 식으로 사람은 자기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다양한 책략들을 만들어 내는 동물입니다. 단지 그 책략들이 근본을 해결해주지 못하고 순간적인 미봉책일 뿐이어서 오히려 그 책략으로 영구적인 고통을 받게 된다는 게 문제죠. 말더듬, 여러 신경증상들 모두 그렇게 해서 나오는 것이고, 모든 치료도 그렇게 해서 생기는 것이지요.

인간은 보기보다 단순하지 않답니다. 인간은 스스로 고통을 택할 만큼 영리한 동물입니다. 그러나 그 인간은 때로는 대단히 윤리적이기도 하죠. 여기 토론장에서는 논리에 맞다, 안맞다, 자격이 있느냐, 없느냐, 니가 잘났냐, 못났냐 등등 의견의 진위여부에만 관심이 모여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어떤 사람이 누군가를 도와주려고 할 때 그 윤리적인 의미에 대해서는 생각을 안하시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