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이트에서 한 동안의 토론, 논쟁을 거치면서 깨달은 게 있었다.

때로는 다소 거친 말이 오가기도 하고, 얘기가 겉돌기도 했는데, 이제 왜 서
로 대화가 잘 되지 않았었는가 조금 알 것도 같다.


바로 여여관법이 다른 언어치료, 말더듬교정과 관심의 초점이 다르기 때문이었다.

여여관법은 말하기 전에 나타나는 예기불안을 정면으로, 그리고 가장 중요한 주
제로 다룬다. 여여관법의 여러 주장, 견해, 설명은 대부분 다 이 "말하기
전의 예기불안"을 다루고 있다.


언어치료학이나, 여타의 말더듬교정방법, 호흡법, 발성법, 몸을 통한 접근 등
은 예기불안이 나타난 후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 같다.

즉, 여여관법은 예기불안이 과연 무엇인지, 그게 왜 나타나는지, 그걸
잊거나 없애거나 그것으로부터 자유로와지려면 어떻게 하면 되는지를 직접
다루고 있고,

다른 여러 방법은 말 그대로, 언어치료, 말더듬 치료를 염두에 둬서, 예기불
안 그 자체에 대해서 연구하고 견해를 밝히는 게 아니라, 일단 예기불안은 제
쳐두고, 예기불안이 일어난 후에는 어떻게 할 것인가, 어떻게 하면 말을 잘
하게 되는가에 초점이 가 있다.


예기불안 그 자체에 관심을 가지는 입장이 여여관법이고, 예기불안은 놔두고 말
을 잘 하게 되는 방법에 관심을 가지는 입장이 언어치료학을 비롯한 다른 여러
방법들인 듯 하다.

글의 주제에서 잠깐 벗어나 있기는 하지만, 여여관법이 말을 잘 하게 되는 방
법에 관심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그냥 말을 잘하는 방법이 아니라, 예기불안
의 본질을 알게 되면, 아는 깊이만큼 말을 우렁차고 시원시원하게 잘 하게 되
는 것이다.

예기불안을 놔두고 다른데 관심과 초점을 둘 때는 완치라는 말을 쓸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예기불안 그 자체를 염두에 둘 때는 완치라는 말을 쓸 수는 없다.


예기불안이 잊혀지고, 그 생각의 지배를 받지 않게 되는 방법을 택할 때는 완
치라는 말은 부적절하다. 패러다임의 전환, 없었던 것임을 안다는 등의 표현이
적절하다.


여여관법이 예기불안을 중심으로 다루기 때문에, 일단 예기불안이 문제가 되는
한은, 여여관법에 따른 해결이 가능하며, 그 사람의 기질이나, 성격, 환경
등에 따라서 여여관법이 적용이 되고 안 되고가 문제가 될 수 없다.


내가 언어치료학의 문외한, 비전문가, 아마추어라는 비판도 있었는데, 옳은 비
판이라고 본다.

여여관법은 언어치료, 말더듬치료, 말더듬교정의 시각으로 접근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대신에, 언어치료학, 말더듬교정 쪽에서는 예기불안에 대해서 문외한이자 비전문
가가 될 것이다.


여여관법은 예기불안의 정체, 본질, 나타나는 원인, 사라지게 하는 방법에 대
해서 명확하게 파악을 하고 있다.

조금만 더 부연해본다면,

언어치료학, 말더듬교정학은 말을 잘 하기 위한 방법이다.

여여관법은 예기불안을 잊어가는 방법, "내가 말더듬이임을, 내가 말을
더듬는다는 사실을 잊기 위한 방법"이다.


무엇인가를 하는 방법, 잘하는 방법, 무엇인가를 치밀하고 논리적으로 생각하는
방법을 생각해내는 쪽이 언어치료학, 말더듬교정학이라면,

여여관법은 무엇인가를 잊어버릴 수 있는 방법, 무엇인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인 것이다.


무엇인가를 잊거나 생각하지 않게 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어쩌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일 것이다.

그러나,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고, 무엇인가를 잊거나 생각하지
않게 되는 방법이 없는 것이 아니다.

그 방법을 찾아내기 위해서는 상당한 정도의 깊이로, 사람의 마음에 대한 연구
가 필요하다.


말더듬의 예기불안을 깊이 있게 파헤쳐보면, 그게 말을 더듬는 사람에게만 있는
마음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사람이면 누구에게나 있는데, 말을 더듬는 사람
은 자기한테만, 말더듬이한테만 있는 걸로 착각을 하는 것이다.

또한 예기불안이 오직 말과 관련된 것이기만 한 것처럼 생각할 수 있는데, 그
렇지 않다.

자신과 세상을 보는 시각, 어디까지가 예의이고 어디까지고 무례인가에 대한 자
신의 가치관, 남과 나는 어떤 관계에 있는가, 당당하다와 건방지다는 어떻게
다른가, 겸손한 것과 비굴한 것은 어떻게 다른가 하는 등에 대한 자신의 생각
이 거울에 비치듯 비쳐져 있는 게 예기불안인 것이다.



그래서 여여관법의 여러 견해들은 누구에게나 도움이 되는 것들이다.



그러니,


말더듬을 고치고 싶다면 말더듬교정, 언어치료를 받으면 될 것이다.


예기불안을 잊고, 예기불안으로부터 자유로와지고, 내가 말을 더듬는다는 걸 잊
고 싶다면 여여관을 찾으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