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더듬치료법 6

우리는 왜 말을 더듬는가.
더듬지 않을 수는 없는가.

말만 안 더듬으면 이 세상을 보란 듯 이 한번 살수 있을 것 같은데
이놈의 말 때문에 모든 것이 일그러져만 간다.

말은 과연 고쳐 질 수 있는가
보통사람과 같은 유창성을 회복할 수 있는가

다람쥐 쳇 바퀴 도는 이런 생활을 과연 청산 할 수 있는가.
나의 마음에서 말더듬의 잔재를 말끔히 지울 수 있는가.

긴 암흑의 동굴에서 뛰쳐나와 찬란한 태양을 맞이할 수 있을까.
눈이 부시고 피부가 타들어 가는 듯한 고통을 이겨낼 수 있을까.

어제의 내가 오늘의 나와 같지 않을 수 있을까.
나는 나를 부정 할 수 있는가.

나는 말더듬에 대하여 어느 정도 알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의 경험에 대하여 간략하게 설명하고자 합니다.

나는 초등학교 3-4학년 때부터 말을 더듬기 시작했습니다
이웃에 반벙어리가 살았는데 그의 영향이 조금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보다 더 큰 영향은 집안 분위기와 나의 성격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버지는 술을 매우 좋아하시고 어머니와 많이 다투고 자식의 말을 들어주는
성격이 아닙니다.

나는 나의 의사를 누구에게도 진지하게 말했던 기억이 거의 없습니다.
이러한 분위기와 나의 소심한 성격이 나에게 악영향을 끼쳤다는 것은 확실한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 시절에는 나는 말에 대해서 심각하게 고민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어느 날 친구 집 대문 앞에서 친구 이름을 부르려니 말이 잘 안되었습니다.

별스럽지 않게 생각했고 종전과 큰 차이점이 없었다고 기억됩니다.
그러나 아무래도 말에 대하여 조금은 신경이 쓰였습니다.

그 뒤부터 의도적으로 말을 잘해 보려고 노력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안 할 말도 하고 일부러 말을 많이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말에 대하여 심각하게 고민은 하지 않았습니다.
중학교1학년 입학 후 첫 국어시간에 책을 못 읽기 전 까지는 그랬습니다.

선생님이 책을 읽으라고 할 때 나는 순간 멈칫했고 책을 읽을 수 가 없었습니다.
주위에서 한글을 못 읽는 애라고 수군거리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나에게 평생의 고민을 안겨준 순간이었습니다.
그 후 나는 말을 잘하기 위하여 노력했고 노력은 더욱더
나를 깊은 수렁으로 몰아 넣었습니다.

침침한 암흑의 세월이 계속되었습니다.
중학교 시절에 나의 번호와 같은 날이거나 앉은 줄에 따라 차례로 책읽기를
시키면 정말 미칠 것만 같았습니다.

번호가 같은 날은 나의 차례에 나의 뒤 번호 아이에게 부탁도하고 협박도 해서
빠지고 열을 따라 책읽기는 시키면 다른 열로 옮아앉곤 했습니다.

날마다 전전긍긍하는 날이 계속되었고 말을 할 필요가 없는 직업이 필요했습니다.
인생을 살려면 돈이 필요하고 돈을 벌려면 직업이 필요하다고
그 당시에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생활이 모두 그러하였습니다.
직장초기에는 정말 괴로웠습니다.

업무상의 전화를 공중전화에 가서 한 적도 있습니다.
그때는 오로지 버티기 작전이었습니다.

직장에서 잘리지만 않으면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굿은 일도 마다하지 않고 오히려 찾아서 했습니다.

사적대화나 술좌석에서는 그런 대로 말이 되었습니다.
잘 안될 것 같은 말은 아예 안 하거나 다른 말로 교체했습니다.

지명이나 이름과 같이 다른 말로 교체가 안 되는 말은 정말이지
고역이었습니다.

직장생활 13년 차 되는 해가 되었습니다.
나는 청주에서 대전으로 출퇴근하고 있었습니다.

출근시간 2시간, 퇴근시간 2시간이 있었는데 버스 안에서
많은 것을 생각 할 수 있었습니다.

2년여의 기간동안에 스스로에 대하여 많은 것을 새롭게 생각하고
느끼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내가 왜 노력을 하는가"에 대하여 많은 생각을 하였습니다.
과거에 하였던 수많은 노력을 생각해보고 그 결과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 결과는 참으로 어처구니없게도 "말더듬는 노력을 하면 할수록 심해진다" 이었습니다.
노력을 하면 조금 좋아지는 듯 싶다가 다시 악화되곤 하였습니다.

말이 잘 안되어 매우 괴로워하고 있는 상태에서 어떠한 노력이건 안 하면 안되었습니다.
그 상태에서 노력하면 많이 개선이 될 것 같은 생각이드는
방법으로 끊임없이 노력을 하였습니다.

처음에는 효과가 있는 것처럼 생각되다가 조금만 지나면 그 방법은
아무런 효과가 없고 오히려 괴로움만 증폭시켰습니다.

이러한 노력이 다람쥐 쳇바퀴 돌 듯 계속된 나날이었습니다.
지나가는 아이에게 말을 건네 보고, 시간을 물어보고,

숨을 깊게 들어 마셔보고, 자기암시를 하여보고,
책을 읽어보고, 배에 힘을 주어보고,
단전호흡을 해보고(어설피 해서 고생을 하였지만) 등등

수십 년 간 안 해본 것이 없다시피 해보았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모르는 방법은 못해봤겠지만).

여러 가지 생각이 많던 어느 날 나는 문득
지금까지 내가 나아닌 다른 것에 지배를 당해왔다고 생각하게 되었고
나는 그것과 대결하여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나는 말더듬과 싸워 왔지만 이제부터는 "말더듬과 싸우도록 강요한
나아닌 나와 싸울 것"이라고 마음먹었습니다.

나는 지금도 이렇게 생각합니다.
그 당시 내가 그렇게 생각 할 수 있었던 건 그 이전에 내가 한 행동 덕분이었습니다.

나는 1993년부터 1996년까지 청주 축협운천동지점에 근무하였는데
나의 아파트에서 출퇴근을 하였습니다. 매일 40분 걸어서 출퇴근을
하였는데 그 시간에 나는 죽음에 대하여 많은 생각을 하였습니다.

지점근무는 말더듬이한테는 너무도 어려웠습니다.
너무도 괴로운 나날이 지나가는 중에
죽음에 대하여 생각해보니 괴로운 마음이 어느 정도 가라앉았습니다.

그때부터 나는 2년여 동안 출퇴근 시간만큼은 죽음을 생각했습니다.
내가 죽으면 어떻게 될까. 나의 육체와 정신은 어떻게 되는가.

결론은 하나였습니다. 영원한 소멸입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죽고 다시 태어납니다.
죽은 자는 말이 없습니다. 죽은 자는 의지가 없습니다.

우리가 죽으면 우리의 육체는 대자연으로 돌아가고
정신은 죽음과 함께 소멸해 가는 것이다.

죽음이란 인간개체의 마지막을 뜻하는 하나의 사건에 불과하다.
인간이란 연속성 있는 생명체에 있어 죽음이란 연속의 단절을 의미한다.

인간 한 개체가 죽으면 인간사회는 어떻게 반응하는가.
그가 인간사회에 미친 공과를 따져 대우한다.

결국 인간의 가치는 인간 개개인에 있는 것이 아니고 인간사회에 있는 것이다.
개미의 존재가치가 개미 한 개체에 있는 것이 아니고 개미집단에 있듯이 인간도
개개인에 별도의 존재가치는 있다한들 매우 미약하다.

인간이 지금의 인간이 된 것은 생물학적이나 유전학적으로 매우
오랫동안의 발전을 거쳤을 것이고 역사적으로 문화적으로 매우
오랫동안의 발전을 거쳤을 것이다.

지금 인간사회에서의 나도 결국 사회적, 생물학적으로
나의 의지와는 아주 무관하게 발전한 것이다.

인간이 죽으면 인간은 영원히 소멸한다.
영원한 시간과 공간 속에 아주 작은 불빛으로 왔다가 사라지는 존재이다.

태어나고 자라고 늙고 병들고 죽음으로써 한 인간 개체는 사라져 간다.
그러한 인간이라는 존재는 나를 비롯한 모든 사람을 포함한다.

인간은 언젠가는 죽기 마련이다.
이 세상에 영원히 살 사람은 없으며 어떠한 생명체도 영원히 살지 못하며
어떠한 물체도 영원히 현 상태를 유지하는 것은 없다.

나는 언젠가 죽을 것이고 내가 아는 모든 사람도 언젠가는 죽을 것이다.
내일이건, 한달 후이건, 일년 후이건, 10년 후이건, 50년 후이건, 100년 후이건 모든 사람은 죽는다.

병들어 죽건. 늙어 죽건, 사고로 죽건, 전쟁으로 죽건, 자살을 하건 모든 사람은 죽는다.

지금 내가 없다면 어떻게 될까. 나 이외에 다른 사람이 내 자리에 앉아 있겠지.
내가 없어도 세상의 모든 것은 잘 돌아가겠지. 거리는 다름없이 사람들로 붐비고 차량은 다름없이 매연을 뿜으며 달리고, 어린아이들은 다름없이 문구 점 앞에서 아이스크림을 사먹으며 깔깔깔 웃고, 가로수 나무들도 다름없이 녹색을 자랑하며 바람에 흔들거리겠지.

물론 이 모든 것들도 영원하지는 않겠지만.

나는 2년여 동안 죽음을 생각했습니다. 어떤 때는 내가 정말로 죽은 사람처럼 느껴질 때도 있었습니다. 내가 죽은 사람이 되어 지나가는 사람이고 차량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어떤 때는 죽음을 생각해도 생각이 잘 되지 않았습니다. 그럴 때 나의 마음을 살펴보면 삶에 대한 의욕과 욕망이 가득 차 있었습니다.

그 후 나는 말을 고쳐도 죽음에 대하여 항상 생각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죽음을 생각하면 이 세상을 담담하게 생각할 수 있었으며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있었으며 나의 욕망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나를 객관적으로 관찰 할 수 있었으며

죽음의 두려움에서 벗어 날수 있었고 타인에 대하여 관대할 수 있었습니다.

내가 이렇게 오랜 기간 동안 의도적으로 죽음에 대하여 생각하였기에 나에게
뿌리깊게 박혀있던 말더듬 고치기를 강요한 나의 욕망에 대하서도 어느 정도 이해하게
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나는 내 안에 내가 감당 할 수 없는 무엇이 있다고 느꼈습니다.
그것이 바로 내가 싸워서 이겨야만 하는 것이었습니다.

내가 노력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그 무엇이었습니다.
한번도 의심해보지 않은 당연히 받아드려야 했던 그 무엇이었습니다.

말더듬는 사람은 노력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강요된 노력입니다.
스스로 자발적으로 하는 노력으로 생각합니다만 그것은 천만의 말씀입니다.

노력을 해야만 그나마 위안을 받기 때문입니다.
노력을 해도해도 끝이 없다는 것을 안 말더듬이도 많이 있습니다만

그 이유를 아는 이는 매우 적다고 생각합니다.

그 이유는 노력이 말을 잘 하려는 노력이 아니고 감당 할 수 없는 그 무엇으로부터 도피하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감당 할 수 없는 것은 다름 아닌 우리가 느꼈던 과거의 수치심, 모멸감, 절망감 등입니다.
다시는 느끼고 싶지 않은 괴로움을 말만 잘하면 느끼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사춘기 시절에 느꼈던 그러한 괴로움은 너무도 강력하여 우리의 뇌리에 뿌리깊게 박혀있는 것입니다. 거기에다 도피하려는 노력이 그 괴로움을 부풀리어 감이 감당 할 수 없는 것으로 만든 것입니다.

내가 이렇게 설명하지만 체험을 하지 않고 느껴보지 않으면 이해하기 매우 어려운 부분이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말더듬은 고쳐져야 하고 고쳐야만 한다고 생각하고 지금까지 느껴온 괴로움을 생각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한다면 그다지 어렵지만은 않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원리는 매우 단순합니다.
외부적으로, 또는 내부적으로 어떠한 자극을 받아 발성기관에 이상이 생겼고 거기에 대하여 사춘기시절 입었던 엄청난 마음의 상처로 말에 대하여 두려움을 갖고 도피를 계속한 결과 현재와 같은 말더듬이가 되었으나 스스로 마음의 상처를 이해하고(치료하고) 말에 대하여 두려움을 떨쳐버리고 발성기관의 이상을 바로잡으면 말더듬은 치료되는 것입니다.

나는 이 싸이트에 여러 번에 걸쳐 말더듬 치료법을 올렸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2002.7.28 신세호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