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임안내 게시판에 "말더듬 원인은 뇌 구조 결함"이라는 취지의 연구결과에 대한 기사가 올라와 있어서 이에 대한 제 견해를 올려봅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이런 의문이 생깁니다.

(1)우선 이 연구에서 "말더듬"을 무엇으로 정의하고 시작했는가? 입니다.

말이 막히거나 더듬는 외현적인 현상을 말더듬으로 파악하고 시작했을 수가 있습니다.

그런데 성인말더듬의 본질적인 것은 예기불안입니다.

실제로 더듬거나 막히는 것보다도 더 괴로운 것이 바로 그것이고, 말더듬으로 인한 피해 중 가장 큰 것이 바로 그것이죠.

더듬거나 막히는 시간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을 "생각하면서 보내는 사람들"이 바로 자신을 말더듬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죠

만약 이 연구에서 말하는 "말더듬 환자"를 "말이 막히거나 더듬는 사람"으로 정의하고서 연구를 시작했다면,

그건 성인말더듬을 연구했다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오히려, "말이 막히거나 더듬을 것 같은 생각이 드는 사람"으로 정의해놓고서 연구를 시작했다면 정확히 성인말더듬을 포착했다고 볼 수 있으며, 연구결과도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었을 것 같습니다.

따라서 이 연구는 기사에서 자세히 밝혀져 있지 않아서 단정할 수는 없으나, 기사의 전체적인 맥락에서 유추, 추정해볼 때, 말이 막히거나 더듬는 외현의 현상을 말더듬으로 보고 연구를 시작한 것 같으며, 바로 그러한 이유 때문에 출발부터 잘못된 연구로 판단됩니다.


(2)표본집단 각 15명 씩은 성인말더듬이라는 광대한 영역을 판단하고 단정짓기에는 너무나도 적은 숫자이기 때문에 우연을 배제하기에는 너무 적은 숫자입니다.

제가 생각할 때에는 적어도 각각 100 명 정도는 되어야 할 걸로 보입니다.

그리고 그 표본집단을 선발할 때에 반드시 "무엇을 말더듬으로 보느냐?"를 명확히 밝힌 후에, 엄격한 기준을 정해서 선발해야 한다고 봅니다.

만약 외현적인 현상을 기준으로 한다면, 1분 당 몇 번 더듬는가 등의 기준을 분명히 해야 할 것입니다.


(3)말더듬으로 고민하지 않고 다른 것으로 고민한 사람들을 똑같은 방법으로 검사했을 때, 이 실험의 연구결과와 같은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 명백해야만 합니다. 그래야 그런 결과가 말더듬 때문이다라는 게 분명해질 것입니다.


(4)이 실험을 한 사람들은 객관적인 실험의 결과만을 말하고 있지 않고, 한 발 더 나아가서, 실험의 데이터를 근거로 어떤 주장까지 하고 있습니다.

그 주장에 대해서 문제점은 없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이 기사에서 실험을 주도한 바일러 박사라는 사람은 실험으로 어떤 결과가 밝혀진 것처럼 단정해서 말하고 있습니다.

### 바일러 박사는 말더듬 환자는 뇌에서 언어를 관장하는 부위와 입(口)의 운동출력을 담당하는 부위를 연결하는 통로가 덜 발달된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하고 이제는 말더듬을 어디서 치료해야 할지를 알게 되었다고 덧붙였다. ###

이 실험의 결과로 주어진 데이타로부터 막바로 이런 추론을 할 수 있는지는 의문입니다.


이런 추론에 따른다면 다음과 같은 경우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 지 궁금해집니다.

(가)성인말더듬을 겪다가 자연치유되는 예가 있습니다.

나도 그런 사람을 직접 만나본 적이 있습니다. 고등학교 때 수업시간에 책을 읽어야 하는데, 쩔쩔 맨 적이 있을 정도로, 정도가 미약하다고는 볼 수 없을 정도였는데, 언젠가부터 없어졌다고 합니다. 말더듬이 없어진 것은 제가 보기에 분명해보였고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 않았으며, 나한테 거짓말을 할 아무런 이유가 없던 상황이었습니다.

탤런트 백일섭의 경우도 성인이 된 후에 말더듬 연기를 하다가, 2년 정도를 더듬고 다녔다고 합니다. 2년 정도를 더듬었다면 꽤 긴 시간입니다. 그러다가 자연치유가 되었다고 합니다. 백일섭 씨가 직접 TV에 나와서 말하는 걸 들었습니다.

이 실험은 신체의 일부가 손상되었거나 이상이 있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는데, 그 경우 위와 같은 자연치유의 예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 지 궁금해집니다.


(나)내가 직접 겪은 경우이며 다른 여러 사람의 경우에 그러한 예가 있는데, 2개국어 이상을 말하는 사람의 경우에 어떤 언어는 말이 의식되고 어떤 언어는 의식이 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일본에서 활약하고 있는 프로 바둑기사 조치훈의 예가 바로 그런 경우입니다.

여기에 대해서 과연 그런가 하고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사람도 있던데, 바둑 관련 잡지를 오랫 동안 봐온 사람이라면 조치훈에 대해서 잘 알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조치훈의 형 조상연 씨가 동생의 말더듬을 고치기 위해서 심리학, 최면술, 점성술 등을 전문가 수준으로 깊이 연구한 사실은 바둑계에서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그런 조치훈도 일본어는 전혀 문제 없이 유창하게 말을 잘 합니다.

이런 경우는 꽤 됩니다. 그 외에도 다른 예가 있지만, 제가 직접 만나본 사람은 아니기 때문에 생략합니다.

내 경우는 영어를 할 때는 말이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말더듬으로 고민하던 때에 영어를 쓰는 나라로 이민가는 걸 진지하게 고려했던 적도 있습니다. ^^


(다)어떤 사람은 학원강사인데, 강의를 할 때는 말이 의식되는 경우가 없는데(따라서 막히거나 더듬는 일이 없죠), 수업시간에 농담을 하거나 유머를 할 때는 말이 의식된다고 합니다.


(라)똑같은 음소로 이루어진 똑같은 말을 대하기 어려운 윗사람에게는 더듬거나 막히는데, 부담 없는 사람들한테는 아무런 부담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마)술을 먹었을 때는 긴장이 풀려서 말이 잘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바)혼자서 말할 때, 혼자서 책을 읽을 때는 말이 잘 되는데, 부담 되는 사람 앞에서는 어려운 경우도 많습니다.



(5)이 실험을 한 사람들은 "성인말더듬"이 과연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 분명한 문제의식을 갖고 출발한 것은 아니지 않은가 하는 의문을 갖게 합니다.

만약 그게 분명하지 않다면, 이 연구는 극단적으로 말해서 자기가 무엇을 연구하고 있는지조차 모르면서 하는 연구일 수가 있으며, 그런 어처구니 없는 경우는 생각 보다는 많은 걸로 보입니다.

바로, "성인 말더듬"은 무엇인가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결여되었기 때문입니다.

성인말더듬은 예기불안을 떼어놓고 말할 수 없습니다.

그걸 다루지 않고 "더듬는 현상, 막히는 현상"을 다룬다면, 그건 말 그대로 자기가 무엇을 연구하고 있는지 모르면서 연구하는 셈이 되며,

성인말더듬의 연구로 봐준다 하더라도, 성인말더듬 전체의 4분의 1 정도가 될까 말까한 정도라고 보여집니다(제로는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예기불안을 도외시하고 외현적인 현상에 비중을 둔 연구도 어느 정도의 가치는 인정해줄 수 있습니다).



아마 이런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을 겁니다.

당신 말이 다 옳다고 하더라도, 연구결과 뇌에 분명히 다른 사람과는 다른 점이 밝혀진 것은 사실이지 않은가?

여기에 대해서는,

(1)우선, 그 자체도 분명하지 않습니다.

누군가가 뇌에는 다른 사람과 아무런 차이가 없다는 걸 주제로 삼아서 연구를 하고 MRI 촬영을 한다면, 뇌에는 아무 이상이 없다는 전혀 다른 연구결과가 나올 수도 있습니다. 그 가능성은 완전히 배제되었는지 이 실험의 결과만을 가지고는 아직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2)이 실험을 한 사람들이 주장하는 "그 뇌에 나타난 다른 점"이 인정된다고 가정하더라도, 말더듬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도 분명하지 않습니다. 언급했던 대로 표본집단의 숫자가 작기 때문에 우연일 수도 있고, 말더듬 때문이든 아니면 다른 이유로든지 그냥 고민을 했기 때문일 수가 있으며, 뇌에 이상이 있어서 말더듬을 겪게 된 것이 아니라, 말더듬으로 고민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뇌에 이상이 일어났을 수도 있습니다.

결과가 아니라 원인이라는 명백한 근거가 아직 제시되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원인과 결과를 뒤바꿔서 생각하는 경우는 실제로 매우 많습니다.


이 연구는 성인 말더듬의 본질에 대해서 무지한 사람들이, 예기불안을 도외시 하고, 밖으로 드러나는 현상에만 중점을 두고, 어떤 선입견을 갖고 있는 상태에서 실험하였고, 표본의 수도 지나치게 적을 뿐만 아니라, 실험의 결과로부터 도출되었다고 하는 사실 자체도 확실한 근거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설령 그 사실이 확실한 근거를 갖추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로부터 이 연구자들이 주장하는 견해가 추론된다고 볼 수도 없습니다.



더욱 자세한 내용은 여여관 홈페이지(http://www.yeoyeogwan.org)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