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더듬 현상을 연구하면서, 많은 연구자들과 자칭전문가들을 좌절하게 하는 것은, 도무지 양립하기 어려운,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운 현상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간략한 예를 들면, 말할 때는 막히는 사람이 노래를 부를 때는 기가 막히게 잘 부른다든가, 한국말을 할 때는 자주 막히고 자신을 말더듬이로 보지만, 영어를 할 때는 막히는 경우도 없고, 자신을 말더듬이로 보지도 않는 현상이지요.


단상에 올라가서 웅변을 할 때는 잘 하는데, 내려와서 돌아다니면서 인사를 할 때는 막히는 현상,

선생이 수업 중에 강의를 할 때는 말이 의식되지 않고 열강을 할 수 있는데, 수업중 유머를 구사할라치면 갑자기 말이 의식되는 현상.....


이런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운 현상은, 말더듬의 원인을 뇌의 이상에서 찾거나 조음음성학에서 찾는 견해를 갖고서는 도무지 이해할 수도, 납득할 수도 없는 현상이지요.

그렇지만, 조음음성학에서 원인을 찾는 견해가 잘못되었다는 것은 아닙니다.

그 주장은 "말더듬 현상에 대한 기술"이라고 볼 수 있고, 그런 점에서 대부분은 일리가 있는 주장이지요(뇌의 이상이 말더듬의 원인이라는 주장은 빼구요... ^^).

그러나 그 주장은 말더듬 전체를 꿰뚤어보지는 못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현상을 시원하게 설명하기는 어렵고, 말이 막힐 때와 잘 될 때, 조음음성학적으로 볼 때, 이런 저런 차이들, 예컨대 횡격막의 움직임이나 주파수 등에서 차이가 있다..는, 현상의 기술을 할 수는 있으나, 왜 그런 현상의 차이가 발생하는가..에 대해서는 침묵할 수밖에 없겠지요.




실제로 말더듬을 겪어본 사람이라면 실제로 그와 같은 자기자신도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 존재한다는 걸 알 수 있을 겁니다.

같은 취지로, 언제 어디서 막힐 지 모르기 때문에, 말더듬이라고 하는 것이 더 두려워지기도 하는 것이지요.


똑같은 말이 A라는 사람한테는 말이 의식이 되지 않는데, B라는 사람 앞에서는 의식이 되는 현상은 드물지 않은 현상이지요.

말더듬으로 고민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경험해보는 현상이지요.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이해하기 어려운 현상이기도 하지요.



이런 현상 중의 하나로, 한국사람이 한국말은 의식이 되지만 영어는 의식이 되지 않는 현상, 즉 다국어를 사용하는 사람이 언어에 따라서, 말더듬이, 안더듬이로 분리되는 대단히 이해하기 어려운 현상이 있습니다.

그 생생한 체험담을 사는 얘기 게시판에 최용석 님이 올려놓으신 것이 있는데, 옮겨와 보겠습니다.


이런 현상을 자신의 말더듬관으로 풀어낼 수 있는 사람이라면 말더듬 연구의 전문가라고 인정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 현상을 부정하는 말더듬 연구가라면, 그러한 현상이 존재함과 그러한 현상이 존재할 수 있음을 모르고 있다는 말이 되므로, 좀 더 연구를 해야할 필요성이 있다고 할 것입니다.


아직 이런 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 전문가가 말더듬 관련 게시판에 등장한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저의 如如觀法에서 보면 이런 이해하기 어려운 현상은 오히려 당연한 현상이 되며, 명쾌한 설명이 가능합니다.




이하는 최용석 님의 글입니다..............




먼저 제소개부터 간략하게 하고 제 일생이 어떻게 말더듬의 회피로
점철 되었는지 신세한탄 한번 하려고합니다.

전에도 인사 드렸다시피 나이는 한국나이로 35세, 약 12 년전 미국
미시간주로 와서 대학과 대학원을 마치로 약 6년전부터 General Dynamics
Land System Division 에서 Senior Software Engineer 로 근무하고
있습니다(저의 회사가 무었을 하시는지 궁금한분은 www.gdls.com
으로 한번 와보세요).

특히 Software 분야중 Low-level embedded 와 Real-Time Operating
System 가 전문분야입니다. 결혼은 했고 만으로 6 살된 원형과 3살된
원옥, 세상에서 가장 예쁜 두딸은 둔 행복한 아빠이기도 합니다.

기억나기로는 국민학교 1학년이나 2학년때 부터 말을 더듬기 시작했고
말더듬을 인정하고 극복하려는 노력을 하기보다는 회피하는 길을 택해
여기까지 왔습니다.

한국에서 대학재학중 이민올 기회가 있었는데 부모님들은 전혀 오시고
싶은 생각이 없으셨지만 소심한 아들을 위해 미국으로 오셔서 저와
제 동생만 공부를 시작하게 하시고는 곧바로 한국으로 돌아가셨지요.


처음 미국에서의 학창시절은 무척 행복한 생활이었습니다. 왜냐 하면
외국어라는 핑계를 대고 말을 많이 할필요도, 더듬는다고 걱정할 필요도
거의 없었으니까요.

하지만 이곳도 사람사는 사회이다 보니까 말을 안하고 더듬으면서 살기는
어렵더군요.

아마 대학 4 학년때 였을 겁니다. 졸업하기 위해서 반드시 이수해야만
하는 영어시간이 있었는데 이시간은 한학기 내내 사람들 앞에가서 주제를
놓고 발표하는걸 교수가 비디오를 녹화하면서 채점하는 시간이었어요.

물론 그 녹화한 비디오를 틀어 놓고 어떤점이 잘못됐나 토의하기도 하구요.

거기서 저는 영어로도 말을 더듬고 수치스러워하는 나를 발견했습니다.

그 후로도 별다른 깨우침 없이 생활을 하다가 직장에서 일을 하기 시작했어요.

그 직장안에서 새로운 문화와 인간관계를 재정립할 기회를 가졌습니다.


이경훈님의 시리즈에서 조치훈님과 이경훈님의 본인 체험들을 들어 설명하신
적인 있지만, 저도 영어로 말할때는 더이상 말을 더듬지 않습니다.


어제는 한 20 명이 모여있는 앞에서 발표를 할 기회가 있었는데 제 미국 동료말
을 빌어 저의 발표를 표현하자면 요즘 미국 대선에 나오는 정치인들처럼 뻔뻔
하게 큰소리로 말을 한다고 하더군요.

저같은 경우에는 영어로 말을 할때도 분명히 말을 더듬었었는데 어느 순간 부
터인가 더듬는다는걸 잃어버리거죠 (한 4 년쯤 전부터). 하지만 지금도 한국말
을 할땐 더듬습니다.

아마 그 차이점을 찾아내는게 앞으로의 숙제일것 같아요. 대략적으로 종적인
문화와 횡적인 문화의 차이점에서 오는 심리적인 부담감의 결과적인 요인인
것 같은데 앞으로 좀더 치밀하게 나를 관찰해볼 계획입니다.

그 결과가 조금이나마 체계화가 된다면 어떤한 구체적인 상황을 놓고 여러분들
과 한번 그정보를 공유해보고 싶어요.


이렇게 말더듬으로 부터 도망쳐 여기까지 왔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도망처
럼 어려운 일도 없더군요. 세달전에 어머님이 중풍으로 쓰러지셨어요.

제가 장남이라서 한국으로 귀국해야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니까 갑자기 말
더듬는 제 자신이 세삼 견디기 어려워 지더군요. 과연 한국기업에서도 잘적응
할수 있을까? 말더듬이 나의 핸디캡으로 작용하진 않을까?

걱정과 불안으로 있다가 컴퓨터 앞에 앉아 과연 나의 무엇이 잘못되어 말을
더듬을까 한달동안 방대한 양의 정보를 공부했습니다.

책방에 가서 여러가지 책도 사보고요. 여러분들도 경험하셨겠지만 원인도 모르
고 어떤 정확한 치료법도 안나와 있다는게 결론이었죠.

각기 다른분야의 사람들이 뇌중추신경계의 고장이다, 심장의 결함이다, 호흡순
환계의 결합이다, 심리사회학적인 요인이다. 너무 많은 사람들의 다른 주장을
듣다 보니까 머리가 터질것 같더군요.

그때 떠오른 생각이 하나 있었습니다. 그래 원인이야 무어든 한번 이세상에 좋
다는 방법은 한번 다 써보자.

그무렵 이 홈페이지를 발견했습니다. 여러분들의 글로 부터 용기를 가지게 되
고 또한 많은 분들이 권해주신 해리슨님의 에세이를 읽고 많은 공감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해리슨님은 결코 언어치료사들의 여러가지 기술적인 노력을 반대하는 입장은
아닙니다. 단지 우리가 말더듬에 초점을 맞춰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다른 여러
가지 요인들을 살펴보기를 권합니다.

그래서 앞으로도 틈나는데로 번역을 계속 해볼까 합니다.


지금 몇몇 한국기업과 인터뷰가 진행되고 있느데 어쩌면 이번 가을부터 한국에
서 일을 시작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럼 좋은 하루 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