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더듬이 생활 속에서 겪는 여러 고통들은 너무나 많이 서로 닮았다.

나 역시 여기 있는 사람들과 비슷한 고통을 겪으며 살아 왔다. 국민학교(지금은 초등학교) 가기 직전, 이웃에 말더듬는 아이가 있었는데, 그것이 재미있어 흉내를 내곤 했다.
그러나 큰 문제는 없었다. 그러다가 초등학교 4학년 때 갑자기 집이 이사를 가게 되어 전혀 모르는 지역으로 전학을 가게 되었다. 하루 아침에 친구들과 헤어지고, 전학 간 학교는 새로 생긴 학교로 그 부근엔 고아원이 두 곳 있었는데, 한 두 살 많은 아이들이 같은 학년에 많이 있었다. 제대로 적응할까 마음이 불안했고, 이런 상황 속에서 말을 한 두 번 더듬으로써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말더듬이가 되었다. 1968년, 6학년 때 이른바 ‘국민교육헌장’을 전부 외우게 하였는데 나는 혼자서는 잘 외웠다. 그러나 선생님이 시키면 딱 서는 순간 말이 막혀 꼼짝할 수가 없었다.

중학교에 가서, 또 새로운 환경과 낯선 아이들과의 만남 속에서 마음이 약간 불안해지고 있던 차, 국어 시간에 앞에서 한 사람씩 읽기를 시킬 때, 내 차례가 가까이 옴에 따라 온 몸이 떨리고 급기야는 너무 떨려 내 책상까지 들썩 들썩 하였다. 내 차례가 와 벌떡 일어나 읽으려는 순간 말이 안 나왔다. 국어 선생이 그냥 앉아 했을 때 죽고 싶은 마음 밖에 없었다. 어떻게 수업이 끝난 지도 모르고, 쉬는 시간에 아무도 오지 않는 응달진 장소에 가서 자살을 생각했다. 이후 말더듬을 고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었던가?

어떤 노력을 기울었는지는 차차로 이야기합시다.

신세호님은 초기 말더듬 현상이 생겼을 때 대범하게 넘기지 못하고 소심했기 때문에 마음이 큰 상처를 받고, 말 고치려고(마음의 상처를 받지 않으려고) 노력함으로써 더욱 더 말더듬 현상을 고착시킨다고 하였다. 여기에서 나와 생각이 좀 다르다. 보통 말더듬이가 아닌 말을 좀 어눌하게 하는 사람들을 관찰하면 그런 사람들은 대개 소심한 편이다. 말 더듬는 이 중에는 배짱 있고 기백 있는 사람들도 있다. 여기에서 주목할 것은 말 더듬이 고착되는 시점에 말더듬는 이가 당시 처해 있는 상황이나 환경이 뭔가 불안정하거나 어려운 때라는 것이다. 그런 상황 속에서 어쩔수없이 마음이 소심해져 있었기 때문이지, 마음이 본래 소심하기 때문에 말더듬이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어렸을 때에는 어떤 상황이나 사물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기 힘들 수밖에 없고, 더구나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했을 때, 다시 말해 당시의 어린 나이로는 객관적으로 사태를 파악하고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없을 때, 우리는 그때 도피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나름대로 자신은 그 상황을 설명하고 자신을 납득시켜야만 생활할 수 있는 것이다. 나름대로 자신을 납득시키는 것, 그것이 객관적 상황을 외면하게 하고, 도피라는 심리적 메카니즘을 만드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말만 고치면 모든 문제가 다 해결될 것이다’라고 스스로 최면을 걸게 되는 것이다.

다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