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글에서 나는 불안하고 소심해질 수밖에 없는 지속적인 상황에서 우리의 마음이 스스로 안정하기 위해 말더듬을 선택하였다고 이야기했다. 지금 말더듬는 이들 중에서 아마 이를 인식하거나 인정하려는 사람은 아주 소수일 것이라 생각한다.

왜냐 하면 초기에 말더듬이 시작되는 상황 속에서, 마음은 스스로를 조작하여 자기 자신에게 이렇게 속삭였기 때문이다. “말더듬만 고치면, 말만 잘하면 자기의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이다”라고. 그리하여 우리 마음이 스스로 안정하기 위해 말더듬을 선택했다는 사실은 저 깊숙이 자기의 잠재의식 또는 무의식에 숨겨져 있다.

우리의 현재의식으로는, 나는 말을 더듬는다. 말을 더듬기 때문에 스스로에게 다가오는 수치심, 죄책감, 괴로움에 떨면서 말을 무엇보다 최우선적으로 고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아마도 여러 가지 방식으로 수없이 많이 노력해 왔을 것이다. 여기에 철저한 모순이 숨어 있다. 그토록 고치고자 처절한 노력을 했건만 쉽게 고쳐지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현재의식으로 말을 고쳐야 된다고 노력하면 할수록, 마음을 안정시키기 위해 말더듬을 선택한 자기의 무의식도 계속 각성시키고 강화시켜 주는 것이다. 이 무슨 넌센스란 말인가? 말을 고치려고 하는데 말더듬 선택을 더욱 고착시켜 주는 것이라니.... 마음의 미묘한 작용이란 이런 것이다. 사랑하면 할수록 (조금만 잘못되면) 미움과 원망도 더 커지는 현상이라고나 할까? 또한 괴로움과 고통을 겪으면서, 이러한 경험이 잠재의식에 쌓이면서 우리의 마음 속에는 복잡미묘한 거대한 정서 덩어리가 형성되어진다. 그리하여 말을 더듬는 순간이나 약간 불안한 상황에서 이러한 복잡한 정서 덩어리가 자기 자신을 덮치면 속절없이 거기에 무너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얼마나 괴로운가? 분명히 고칠 수 있는 데도 못 고치는 자기 자신, 차라리 몸 병신이라면 아예 체념이나 포기할 텐데... 말더듬은 분명 고칠 수 있는, 결코 포기할 수 없는 현상이기 때문에 더 괴로울지도 모른다.

이러한 심리적 메카니즘을 정교하게 분석해서 이를 현재의식화 시키는 것은 (이러한 과정이 너무나 오랫동안 복잡하게 진행되었기 때문에) 쉬운 일이 아니다. 어린이의 말더듬은 이러한 측면에서 부모가 관심만 잘 기울이면 쉽게 고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성인으로서 말더듬는 이는 마음을 강하게 먹어야 한다. 우리가 생각하는 만큼 말더듬은 큰 괴로움이 아니다. 남들은 말을 더듬는 이를 보더라도 크게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말을 더듬어도 좋다고 생각하라. 말을 더듬어라 그러면 어때. 남들이 어떻게 보느냐고...
남들이 두려운가? 그들도 자기의 삶만 생각해도 다 머리가 무거운 사람들이다. 말 더듬는 것을 보더라도 별 생각하지 않는다. 말 더듬어 부끄러우면 말해라. “나 좀 말을 더듬어요”라고. 말 더듬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라. 말을 더듬더라도 꼭 해야 될 말은 끝까지 하라. 더듬거리면서도 하라. 맘을 강하게 먹어라

이런 자세로 생활해야 한다. 그리고 계속 이런 마음으로 나가다 보면 차츰 길이 열림을 알게 되고, 스스로 무언가 느끼게 될 것이다. 두려움을 느끼더라도 말을 더듬더라도 강한 마음으로 나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