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말더듬 홈페이지

아시는 분은 다 아시겠지만

나는 말을 되게 많이 더듬습니다

그래서인지 한말협 회장도 했었고,

깻돌회 회장도 했었습니다.

뭐 말 더듬는다는 것을 자랑하는 것은 아니지만

여러분 앞에 나에 대해서 솔직하게 드러내 보이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입니다.

말을 더듬으니까 불편한 것 더럽게 많습니다

일단 회사 생활이 되게 재미없어집니다.

생활 자체가 빡빡해지고 무디어지고 건조해집니다

융통성도 없어집니다.

말하고 싶어도 더듬으면 안되니...말을 아예 안해버립니다

더듬으면 안된다라기 보다는 더듬으면 쪽팔리다

내가 말 더듬는 것 다 알지만 그래도 창피하고 쪽팔리다

이런 생각이 아직도 머리에 꽉 찼습니다.

말 더듬은지 이십여년...

그 동안 너무나 말을 더듬는 것을 남에게 보이는 것을

창피하게 생각했고, 내 자신이 바보가 되는 것 같아서

절대로 남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았습니다.

정말 바보라면 이런 고민도 하지 않을텐데...

내 나름대로는 프라이드도 있는데...

남들이 그렇게 봐주지 않을까봐 겁이 난 거죠

어떻게 하면 창피를 안 당하고 남들처럼 번듯한

모습으로 보일 수 있을까

그건 바로 말을 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말을 하지 않으니 자연히 화술이 떨어졌습니다

그 대신 글로 내 생각이나 느낌, 감정을 나타냈습니다.

글을 많이 쓰니 내가 글쓰는데 소질이 있는 것처럼 생각도

되었습니다.

이십년 동안 말에 대한 공포에 시달려왔으니

얼마나 내 마음 속에 말에 대한 원한이 가득찼겠습니까

말 잘하는 사람 보면 겉으론 태연해 하지만

속으론 자존심이 너무 상해서 얼른 그 자리를 피하고 싶었습니다

언제나 내 머리 속에는 말. 말. 말 어떻게 하면 말을 더듬지

않을까... 말을 천 천 히 하면 더듬지 않을까..첫 글자를 쭈욱

길게 빼서 하면 더듬지 않을까...이런 궁리 저런 궁리

내 생각이 미치는 한 별 궁리를 다 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저런 궁리가 결국은 말을 더듬는 것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들에 불과했습니다.

발성법 연습을 열심히 하는 것도 결국은 말을 안더듬기 위한
수단이었고,

명상이며 마음 공부 책을 열심히 보는 것도 결국 어떻게 하면

말더듬에서 해방될까 라는 생각에서 나온 궁리였습니다

이미 마음 속에는 몸 속에는 말더듬이라는 강력한 버릇이 습관이 의식이 떡하니 자리잡고 있는데, 그것을 어떻게든 두 손으로 가리고, 그것을 이리 저리 피해서 그것을 없애려고 하니

아니....파리 한 마리를 잡으려고 해도 그 파리를 유심히 바라보며 파리가 어디로 날아가는가를 바라보며 파리 위로 파리채를
휘둘러야 잡는 것인데,,

내 안에 있는 말더듬을 피해서 도망가면서 이제껏 도망가기 위해 죽을 뚱 살뚱 전전긍긍하면서 말더듬을 고치겠노라고 말해왔으니 얼마나 한심한 일입니까

말더듬 공포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말더듬을 회피해서는 절대 안됩니다.

말을 안 더듬기 위한 수단으로서 발성법은 절대로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그것은 결국 자신의 공포심을 더 키워놓을 뿐입니다.

말을 안 더듬기 위한 수단으로서 야외스피치, 마음공부, 스터디, 언어치료실, 교정원에 다니는 것도 결국 다 자신을 더 혹사시킬 뿐입니다.

어떤 방법이든지 내 맘 속에 있는 말더듬을 그대로 안은 채 그것을 두 손에 잡은 채 말더듬을 정면으로 응시하면서 바라보면서 그것에서 고개를 돌리지 말고, 그것을 바라보면서

아니, 말더듬은 그대로 두고 단지 나는 말을 더듬지 않기 위해서
가 아니라 말을 유창하게 잘하기 위해서 이런 방법을 쓴다는 마음을 마음 깊이 깊이......온전히 가져야 합니다.

말을 더듬지 않기 위해서가 아니라 말을 잘 하기 위해서 발성법 훈련도 하고, 천천히 말도 하고, 여러 학원도 다닌다면 원하는 결과를 결국은 얻을 수 있을 겁니다.

아마 이것도 절대적인 것은 아니고 내 생각에 그렇겠다라는 겁니다.

음 내가 왜 이런 글을 여기에 올리는지 나도 참 의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