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게시판에다 글을 올리려고 하니 좀 조심스럽네요.
옥정달님 제 질문에 대한 답장을 게시판에 올리셔도 상관없습니
다.
어차피 저 역시 모든 사람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기쁜일
아니겠습니까. 앞으로 자주 질문하겠습니다. 그럴 때마다 옥정달
님이 판단하셔서 게시판에다 올리고 싶으시면 올리십시요. 제가
이렇게 옥정달님에게 질문을 자주 하는 것은 옥정달님글의 아주
많은 부분에 저도 동감하는 부분이 많아서입니다. 그리고 오래되
었지만 저의 경험을 잠시나마 말씀드릴까합니다. 저도 중3학년때
까지는 여느 아이들처럼 평범하게 지냈습니다. 어릴 적부터 조금
더듬거린다는 말을 들었지만 그냥 그때는 친구들하고 말을 할 때
더듬어도 괜찮다는 기분으로 말을 했습니다. 그리고 수업시간에
책을 읽을때도 처음에는 굉장히 떨리고 긴장되지요. 그럴 때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책을 읽기 전에 언제나 저는 처음에는 조금 더
듬거려도 괜찮다는 기분으로 책을 읽었습니다. 처음에는 더듬거렸
지만 그 다음부터는 아무 부담 없이 말이 잘 나오는 것을 느꼈습
니다. 그래서 친구하고 말할 때도 언제나 그런 기분으로 말을 하
고 그 당시에는 아무 부담이 없었습니다. 그러다 고등학교에 와서
학업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고 안 더듬거리려고 하다보니 저도 모
르게 심하게 더듬게 되더군요. 그리고 대학교2학년 1학기까지 다
니고 군대에 갔습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모르겠지만 현역으로
갔습니다. 군대에 가서 처음에는 저도 엄청나게 고생을 많이 했습
니다. 하필이면 예비군훈련을 주업무로 하는 부대로 간 것이 아닙
니까. 다른 훈련병들은 모두 저보고 군복이 터져다고 했지만 저한
테는 엄청난 부담이었지요. 그래서 자대 배치후 1달동안은 내무반
에만 있었습니다. 왜냐구요? 당연하죠. 제가 그렇게 말을 심하게
더듬거리는데 어떻게 그 수많은 예비군들앞에서 조교를 할 수 있
겠습니까. 그 당시 교관들도 있었지만 주로 조교들이 설명하고 시
범을 보였습니다. 그래서 중대장님한테 못하겠다고 한마디로 버틴
거죠. 그렇게 내무반에서 군대생활을 하려니 도저히 못 견딜 것
같아 그냥 포기하는 마음으로 예비군조교를 한다고 했습니다. 그
렇게 하여 저의군대생활은 예비군 조교로 시작되었습니다. 처음에
는 엄청나게 창피를 당했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부터는 숨길려고
해도 모든 예비군들이 다 아니깐 숨길수가 없더군요. 그래서 더듬
어도 좋다는 기분으로 그 다음부터 조교생활을 했죠. 그런데 이상
하게 그런 마음으로 하니깐 말에 대한 부담이 없어지면서 말이
잘 나오는 게 아니겠습니까? 참 신기하지요. 그래서 그렇게 1년
정도하고 조교 으뜸상까지 받아 4박5일자리 포상휴가까지 갔습니
다.
이런 생각을 가지고 생활을 하니깐 그 다음부터는 군생활이 재미
있더군요. 이렇게 하여 저의 군생활은 끝이 났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저는 말더듬을 다 고친 줄 알았구요. 저의 부모님도 제가 군
대에 가서 말더듬을 고친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옥정달님의 글에
서도 나왔지만 제일 재발이 잘 일어나는 것이 말더듬입니다. 제가
96년2월22일날 제대를 하고 곧바로 복학을 할 수 없어 6개월간
혼자 집에서 지내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그때는 아르바이트를 할
까 했지만 제대하고 나서는 모든 것이 다 귀찮아지더군요. 그래서
예전에 그렇게 말을 많이 하다가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아지니
깐 다시 예전의 모습으로 조금씩 돌아가더군요. 그리곤 간혹 더
듬거리는 것에 대해 과민하게 신경을 써니깐 저 자신은 다 교정
한 걸로 알았는데 저도 모르게 예전에 느꼈던 그런 말에 대한 부
담감이 생기더군요. 그리곤 예전처럼 말을 더듬게 되었습니다. 저
도 처음에는 이 글을 적을까 하고 망설였지만 모든 말을 더듬는
분들에게 저의 경험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서 이렇게 글을 띄웁니다. 여러분 용기를 잃지 마세요. 저같이 말
더듬는 사람이 누가 예비군조교를 할까 생각하였겠습니까? 그런
데 분명한 것은 처음에는 무엇이든 다 힘듭니다. 그러나 막상 하
고 나면 아무 것도 아닙니다. 그러니 용기를 잃지 마시고, 저는
오늘도 열심히 더듬거리면서 살고 있습니다. 그럼 안녕히 계십시
요.